“한국인들 제발 그만 와”…
슬램덩크 성지 가마쿠라, 결국 ‘숙박세’ 받는다
도쿄 여행 중 하루 정도 다녀오기 좋은 근교 여행지로 사랑받아 온 가마쿠라(鎌倉). 바다와 오래된 사찰, 에노덴 열차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유명한 곳인데요. 특히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성지로 알려진 가마쿠라코코마에역 철길 건널목은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빠질 수 없는 인증사진 명소가 됐습니다.
그런데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리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가마쿠라시가 결국 2027년 10월부터 관광객에게 숙박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 왜 가마쿠라에 관광객이 이렇게 몰렸을까?
가마쿠라는 도쿄에서 전철로 약 1시간이면 갈 수 있어 오래전부터 인기 있는 근교 여행지였습니다.
특히 유명한 곳이 가마쿠라코코마에역(鎌倉高校前駅)입니다. 역 인근 철길 건널목과 바다가 함께 보이는 장면이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오프닝에 등장하면서 한국뿐 아니라 중국·대만 등 아시아 관광객들에게 유명해졌습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 가마쿠라 철길 풍경이 등장하면서 한국 관광객의 관심도 다시 커졌습니다.
문제는 유명 촬영지가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택가와 도로에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 사진 한 장 찍으려다 주민과 관광객 갈등
가마쿠라코코마에역 앞 건널목에서는 열차가 지나가는 순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몰립니다.
차도로 내려가거나 도로를 가로막고 촬영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고, 인근 주택가까지 관광객이 들어가는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가마쿠라시는 이미 2017년부터 이 지역의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대응해 왔고 관광 에티켓 안내와 현장 인력 배치 등의 대책도 시행했습니다.
그럼에도 관광객 증가가 계속되면서 주민의 일상생활과 관광산업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일본 오버투어리즘 지역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 결국 숙박객 1명당 1박 300엔
가마쿠라시가 추진하는 숙박세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1인당 1박 300엔을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가마쿠라에서 2박을 한다면,
300엔 × 2명 × 2박 = 1,200엔
을 숙박비와 별도로 부담하게 되는 셈입니다.
대상은 호텔뿐 아니라 료칸과 민박, 간이숙박시설 등 가마쿠라시 내 약 413개 숙박시설입니다.
시는 연간 숙박객을 약 50만명으로 보고 있으며 숙박세가 시행되면 연간 약 1억5천만엔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당일치기 관광객은 숙박세를 안 낸다
여행자 입장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가마쿠라 숙박세는 말 그대로 ‘숙박’에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가마쿠라에서 잠을 자지 않는 관광객은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도쿄나 요코하마에 숙소를 잡고 아침에 가마쿠라로 이동해 관광한 뒤 저녁에 돌아온다면 가마쿠라 숙박세를 내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마쿠라는 도쿄에서 당일치기가 가능한 곳이라 숙박하지 않는 관광객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 때문에 숙박세만으로 철길 건널목 등에 몰리는 관광객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 걷은 돈은 어디에 사용할까?
가마쿠라시는 숙박세 수입을 단순한 관광객 규제보다는 관광 인프라 개선 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필요한 도로 정비와 공중화장실 확충 등 관광 환경 개선에 투입하고,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을 개선한다는 취지입니다.
또 현재의 당일치기 중심 관광에서 벗어나 관광객이 조금 더 오래 머물면서 지역 상점과 음식점 등을 이용하는 체류형 관광도 유도할 계획입니다.
🗾 가마쿠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여행을 자주 한다면 앞으로 ‘숙박세’라는 단어를 더 많이 접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도쿄와 교토를 포함해 62개 지방자치단체가 숙박세를 운영하고 있거나 도입을 확정했습니다.
특히 관광객이 몰리는 교토는 숙박요금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구조를 강화했습니다. 고가 숙박시설의 경우 숙박세 상한이 크게 올라 관광객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향입니다.
도쿄 역시 기존 정액 방식에서 숙박요금의 3%를 부과하는 정률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결국 일본의 관광정책이 과거의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자’에서 ‘관광객이 발생시키는 비용도 관광객이 일부 부담하자’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가마쿠라 여행할 때 이것만은 주의하세요
숙박세 300엔 자체는 여행 전체 비용에서 보면 큰 부담은 아닙니다. 오히려 여행자에게 중요한 것은 현지 관광 에티켓입니다.
가마쿠라코코마에역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때 차도로 내려가거나 통행을 막아서는 안 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인근 사유지나 주택가에 들어가는 행동도 피해야 합니다.
특히 열차와 바다가 동시에 보이는 순간을 촬영하려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때문에 차량과 보행자 안전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 도쿄 여행자는 가마쿠라 숙박보다 당일치기도 좋은 선택
숙박세 때문에 여행 일정을 바꿀 정도는 아닙니다. 1박에 300엔이기 때문입니다.
가마쿠라에서 천천히 바다와 야경까지 즐기고 싶다면 1박도 좋지만, 도쿄 여행 일정에 포함한다면 도쿄 → 가마쿠라 → 에노시마 → 도쿄 형태의 당일치기 코스도 효율적입니다.
오전에는 가마쿠라의 사찰과 대불을 보고, 오후에는 에노덴을 타고 가마쿠라코코마에역과 에노시마를 둘러본 뒤 저녁에 도쿄로 돌아오는 식입니다.
가마쿠라의 이번 숙박세 도입은 단순히 관광객에게 300엔을 더 받는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가 ‘관광객을 얼마나 많이 받을 것인가’에서 ‘주민 생활을 지키면서 관광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고민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가마쿠라를 찾는 여행객 역시 유명한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만큼 그곳이 누군가에게는 매일 살아가는 동네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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